안녕하신가요? 한강이야기



오랜만에 블로그를 찾을 때는 늘 그렇듯이 안녕하지 못하다.
복직하고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얼마 전 많이 적응했다고 얘기한 내가 무색하게 안 괜찮다.
원래 삶은 괜찮다가도 안괜찮기도 하고, 안괜찮다가 괜찮아지기도 하는 굴곡이 있는거니까.
지금은 그 굴곡의 아래 즈음을 지나고 있나보다.

퇴근을 하고 저녁을 하고 뒷정리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재우는,
그러다 같이 잠들고 다시 아이들을 깨워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쌓이고 쌓이고 쌓이다보면 나뭇가지 하나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어제는 은이가 밥을 심하게 빨아먹어서 짜증이 확 일었다.
저녁 내내 아이한테 비난을 하며 아이를 씻기고 허리를 펴다 거울의 내 모습과 마주쳤다.
미간이 잔뜩 찡그려진 웃음기 하나 없는 내 얼굴.
아이가 대하는 내 모습은 이런 모습이구나.


어렸을 때 나는 엄마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는 도대체 왜 우리한테 별거 아닌 일로 짜증을 부리지.
그냥 좋게 얘기하면 되는걸 왜 버럭 소리부터 지르지.
어떻게 친딸한테 저렇게 못된 말을 할까.

우습게도 그 때의 엄마와 똑같은 표정으로 서있는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보니
엄마가 사무치게 이해가 됐다.
엄마도 삶이 버티기 참 힘들었구나.
그 때의 엄마에게 돌아가 그냥 꼭 안아주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어제의 우리 모습이 최악만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저녁을 먹고 난 뒤에는 같이 간식도 맛있게 나눠먹었고,
어린 송아지 노래에 맞춰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며 율동도 했다.
아이의 마음 속에 그런 좋은 모습들만 남았으면 좋겠다.